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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블랙유머의 정수, 명작
나는 여기에 <회고록>의 마지막 장인 643장을 싣고자 한다. 이 장은 내가 여러 해 동안 혼자 지낸 뒤, 헬가를 다시 만나 뉴욕의 한 호텔에서 그녀와 함께 보낸 그날 밤을 묘사한 것이다.
혹시라도 저속한 구절이 나온다면 심미안과 섬세함을 겸비한 편집자가 과감히 삭제하고 순결한 점 세 개로 대체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어느 일부일처주의자 카사노바의 회고록, 제643장
우리는 십육 년 동안 떨어져 지냈다. 그날 밤 첫번째 욕망은 손가락 끝으로 찾아왔다. 나의 다른 부분들도... 나중에 만족을 느꼈고... 종교의식처럼 철저하게... 임상적으로 완벽하게 만족을 느꼈다. 내 몸의 어느 부분도, 그리고 내 아내의 어느 부분도 시간 때우기 날림 작업... 졸속 공사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불평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최고의 호사를 누린 것은 나의 손가락 끝이었다... 이것은 나 자신이 한 여자를 만족시키는 일에서... 전희만 하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중략)
(...) 지금까지 나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이보다 더 탁월하게 보여주는 연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비유하자면 그것은 톱니를 아무렇게나 갈아버린 기계 같았다. 톱니가 고르지 못한 사고기계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돌아가든 규칙에서 벗어난 리비도에 따라 돌아가든, 지옥의 뻐꾸기시계처럼 변덕스럽고 시끄럽고 화려하지만 의미 없이 빙빙 돌기 마련이다.
우두머리 연방 수사관은 존스의 사고기계에 톱니바퀴가 전혀 없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완전히 미친 사람이로군."
존스는 완전히 미치지 않았다. 전형적인 전체주의적 사고에서 당황스러운 점은, 사고기계를 돌리는 어느 톱니바퀴든 그 원주 위에는 제멋대로 갈려버린 톱니 말고도 갈리지 않고 멀쩡하게 남아 제대로 작동하는 톱니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옥의 뻐꾸기시계는 팔 분 삼십삼 초 동안 시간이 완벽하게 맞고, 십사 분 앞으로 건너뛰고, 다시 육 초 동안 완벽하게 맞고, 이 초 앞으로 건너뛰고, 두 시간 일 초 동안 완벽하게 맞고, 다시 일 년 앞으로 건너뛴다.
물론 갈려 없어진 톱니들은 단순하고 명백한 진리, 열 살짜리 아이라면 대부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이다.
톱니바퀴와 톱니를 일부러 갈아버린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정보를 일부러 무시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존스, 킬리 신부, 크랩타우어 부회장, 흑인 지도자로 이루어진 말도 안 되는 가족이 비교적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나의 장인이 하나의 마음으로 여자 노예에겐 냉담하고 푸른색 화병에는 지극정성을 쏟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아우슈비츠의 지휘관 루돌프 헤스가 확성기를 통해 위대한 음악과 시체 운반원 소집 명령을 번갈아 내보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나치 독일이 문명과 광견병 사이의 중요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우리 시대에 보았던 미치광이 군대, 미치광이 국민은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나의 이론이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이렇게 기계론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한 번쯤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나는 엔지니어의 아들인 것이다.
나를 칭찬해줄 사람은 나 말고 아무도 없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칭찬하고자 한다. 나는 내 사고기계에서 단 하나의 톱니도 갈아 없앤 적이 없다. 빠진 톱니가 몇 개 있긴 하지만, 그건 맹세코 태어날 때부터 없던 것이니까 갈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또 어떤 톱니는 제멋대로 돌아가는 역사의 변속기에 물려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사고기계의 톱니를 일부러 망가뜨린 적은 없다.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나는 이 사실을 외면해도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하워드 W. 캠벨 2세는 자기 자신을 찬양하노라! 이 친구에겐 아직 생명이 있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곳에는......
삶이 있다.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실생활을 통해 인생을 폭넓게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는 어떠한 장난감도 아이들에게 사회에서 맞닥뜨릴 경험의 백만분의 일조차도 준비시켜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아이들은 가능하다면 태어난 순간부터 실제 인간과 실제 사회를 통해 실험을 해야 합니다. 만일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재료를 이용할 수 없다면, 그때 장난감을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친구분들! 이 카탈로그에 소개된 것처럼 순하고, 즐겁고, 매끄럽고, 조작하기 쉬운 장난감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조화로운 면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평화와 질서를 기대하고 자라나 산 채로 잡아먹힐 것입니다.
아이들의 공격성 해소라는 면에도 나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이들은 나중에 성인 세계에서 분출할 수 있도록 모든 공격성을 잘 품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 중에서 어린 시절에 안전밸브가 꽉 잠겨 속을 부글부글 끓이지 않았던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내가 일주일에 평균 스물다섯 시간을 담당했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마흔다섯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그들의 예리한 모서리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노아의 방주라는 장난감에 태웠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장난감 동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실제 어른을 감시하면서, 어른들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무엇에 욕심을 부리는지, 그 욕심을 어떻게 채우는지,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미치광이가 되고 어떤 미치광이가 되는지 등을 배워나갑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문명 세계라면 어디에서든 단 한 명의 예의도 없이 성공할 것이라 장담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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