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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 김찬호

by 충청도 자손박 2018. 4. 4.
돈의 인문학
국내도서
저자 : 김찬호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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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전자책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 법정 스님 -

인류학자 리차드 리는 자신이 현지 조사를 했던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쿵 부시맨족에서의 난처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현지 조사가 끝나갈 무렵 그는 그동안 신세를 졌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크리스마스를 기해 커다란 황소 한 마리를 선물하기로 했다. 모처럼 포식을 즐기면서 춤을 추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한턱 쏘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마음에 드는 소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부시맨 전부가 배불리 먹고도 남을만큼 덩치가 크고 살진 황소였다. 예정대로 그 소를 잡아서 맛있게 먹으며 이틀 밤낮 동안 흥겨운 놀이판을 벌였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어디에서 그렇게 병들고 야윈 소를 잡아왔느냐고 빈정댔다. 농담치고는 좀 심하다 싶어 가장 기분 나쁘게 말을 했던 한 사람을 찾아가 자기를 곤경에 빠뜨리며 모욕을 준 까닭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교만 때문이지요. 어떤 사람이 너무 많은 짐승을 잡게 되면 그는 자기가 무슨 추장이나 그에 버금가는 대단한 사람이 된 걸로 착각하게 되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자기 하인이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으로 여기게 돼요. 그렇게 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어서는 안 돼요. 그의 자만심이 언제가는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를 죽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가 사냥한 짐승의 고기가 정말 형편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그의 마음에 교만함이 차지 않게 하여 그를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거지요."

캘빈 클라인이 나를 입고
니나리치가 나를 뿌린다
CNN이 나를 시청한다
타임즈가 나를 구독한다
신발이 나를 신는다
길이 나를 걸어간다
신용카드가 나를 소비하고
신용카드가 나를 분실 신고한다.
- 김승희 -

일단 세상을 무언가가 결핍된 곳으로 정의하고 나면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부족함을 채우는 데만 집중한다.(...)결핍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우리는 소중하다고 혹은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자원을 독점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돈은 타인이 그것을 원하다는 전제 위에서만 쓸모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돈을 원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돈을 원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돈과 재화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스트레스의 원일을 '이해불가능성', '예측불가능성', '통제불가능성'으로 정리한다. 

가난이란 무엇인가. 국제협력기구JICA는 이렇게 정의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기초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잠재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와 병행하여 사회나 개발 프로세스로부터 제외되어 있는 상태." 다시 말해 빈곤은 단순히 돈이 없는 경제의 문제만이 아닌 것이다. 사회에서 격리되어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빈곤의 본질이다.

애당초 순수하게 내적인 동기로 시작한 일이라 할지라도 일단 어떤 보상 쪽으로 동기가 바뀌게 되면, 그 외적인 유인이 사라진 다음에 원래의 내적인 동기를 회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심리학의 여러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경제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가치'다. 복잡한 눈치 작전과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얽히는 시스템 속에 끊임없이 요동치는 머니게임의 소모전으로부터 빠져나와, 삶을 풍요롭게 빚어내고 키워가는 살림살이에 정성을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