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명받은 '작품'의 '작가'가 책이 아닌 다른 미디어에 노출된 자료를 피하는 괴벽이 있다.
그를 알게 된 '청동정원'의 인상이 특별한 감명이였기에 이번 인터뷰가 많이 거북스러웠다.
그의 태도가 투박하고 연극적이라 그에 대한 개인적 반감은 아직도 여전하다만.
그가 쏟아낸 말의 글만 뽑아내서 읽다 보니 이전 문단 내 성폭력, '신경숙' 표절 사태가 뭉텅이로 감정을 어지럽힌다.
지금은 '문단'과 '나' 사이에 이해관계가 없다지만, '읽고 씀'을 '업'으로 삼고자 함에 '정말 많이' 씁쓸하다.
괴물 -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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