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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종이책
지식인들의 글에는 독자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삼엄한 차단 장치들이 있다. 그들은 같은 말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하려 애쓴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들의 글끼리는 또 그 글이 그 글같이 엇비슷하기도 하다. 공통점을 읽으며 쉽게 공감하게 되는 생동감 있는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글은 마치 비슷한 관 속에 누워 있는 귀족의 시신들처럼 우아하게 죽어 있다. 그렇다. 지식인풍의 '있어 보이는' 품위 있는 글을 쓰려면 '죽은 글쓰기'를 위해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1. 관습적 인용문구 - '00가 00라고 말했듯이'
2. 내가 뭔 소릴하고 있는지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 -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는 문체, 필수 어휘 암기, 층위, 서사, 지점, 착종, 아포리아, 디아스포라,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타자, 권력, 자기복제, 반영...
3. 작은 따옴표 남발 - '당신'이 '단어' '하나하나'에 '심오'한 '의미'와 '상징'을 심어'두었음'을 '멍청한' 독자들에게 '암시'하기 '때문'
4. 당연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얘기를 할 때도 굳이 '개인적으로'를 덧붙이는 강박증
- 내 취향이 아닌 글들 -
그간 써왔던 자투리 글들을 보니
1번은 인용할 지식이 없어서 못 쓴 것 같고(있었다면 무조건 썼을 듯),
2, 3번은 필수장착하고 있고,
4번은 종종 활용했더라.
명망 높으신 분의 취향이 아닌 글에 적확히 부합하는 '지점'들로 자투리 글들을 써왔기에 잠깐 서늘하긴 했다만.
책을 읽고 간단한 '소회'와 인상 깊었던 '아포리즘'을 남기는 '개인적인' 활동이기에 가능한 글쓰기였다고 합리화하련다.
단, '죽은 글쓰기'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죽은 글쓰기'... 요거 고민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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