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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 - 찰스 부코스키

by 충청도 자손박 2019. 4. 4.
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
국내도서
저자 :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 황소연역
출판 : (주)자음과모음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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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종이책

 

... 그날 바벳은 우리를 현대 미술관에 데려갔다. 튜브 같은 통로로 이 층에서 저 층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개미 인간처럼 보였다. 바벳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라고 권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미술관에 들어가면 항상 내 감성은 숨통이 막혔다. 형편없는 영화가 차라리 더 나았다. 위협감이 훨씬 덜하니까. 위대하게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남들이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들 앞에서 순종하고 싶지는 않다. 훌륭한 예술가는 많지 않는데 벽과 복도는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 무용한 책들이 즐비한 도서관에 가서 책상 사이에 묵묵히 앉아 있어도 똑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

예술가는 희미한 자신의 체취를 남기고 떠나는데, 혹자는 그것을 불멸성으로 칭한다. 물론 솜씨 좋은 예술가일수록 더 고약한 악취를 남긴다. 색깔에, 소리에, 인쇄된 종이에, 석재에. 어떤 것에든. 하지만 이 불멸성은 생존한 자들의 잘못이다. 생존한 자들이 그 악취에 매달리고 흠모하는 탓이다. 예술가들은 잘못이 없다. 예술가들은 그것이 불멸성에 속하지도 않을 뿐더러 삶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그저 시도한 것에 만족하고 다음 운을 시험할 뿐이다.
(...)
"시펄, 그만 나가자." 나는 일행에게 말했고, 우리는 거기를 나왔다. 그곳은 쾰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