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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박성원

by 충청도 자손박 2016. 1. 12.
하루
국내도서
저자 : 박성원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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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전자책


처음으로 접한 박성원 작가의 소설.

각각의 단편소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덩어리'로 수렴된다.

비록 그 '덩어리'의 실체를 효과적으로 해석해 내지는 못하겠으나, 소설 간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맛 만으로도 쏠쏠했다.


표제작 '하루'의 '인과의 환형구조'(?)가 흥미로웠음.


냉소적인 비웃음을 실실 내뱉는 듯한 문장.

다소 개념적이어서 따라가기 쉽지 않은.

연작소설 형태의 맞춤한 한편의 장편소설.

한번 더 읽어봐야...


박성원의 소설은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연이나 선택의 자유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인과관계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 즉, 결정론의 세례를 받고 있다.

- 이수형 - 


하루

오늘중으로 꼭 은행 업무를 봐야 하는 주부


볼링의 힘

대학 여자 후배의 남편이 죽고, 자신을 외계인이라 믿는 인물


얼룩

시간관념을 잃어버린 여자, '하루'에 등장하는 주부의 후일담


어느 맑은 가을 아침 갑자기

라이브카페에 공연하러 다니는 남 과 여, 그리고 라이브카페 주인, 장난감 망원경 미친 소녀


분노와 복종 사이에서 그녀를 찾아줘

분노와 복종의 과정을 통해서만 흥분하는 그녀, 삶은 재미라는 그, 그리고 라이브카페 주인


저녁의 아침

정신병적 환상, 경찰, 강간범 K, 장난감 망원경 미친 소녀, 투명한 그녀...


흔적

생물학 강사, 우연히 만난 여제자 J


미래는 우리들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그저 서서히 다가와서 우리를 조여오는 것일 뿐이다. 과거는 언제나 투명하고 미래는 언제나 불투명하다. 새로운 출발은 없다. 미래가 너무 다가왔기 때문에.

- 어느 맑은 가을 아침 갑자기 -


경계를 하는 건 새끼 사자지, 다 자란 수사자가 아니잖아요. 약할수록 경계심이 강하죠.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생존하기 위해선 말이죠.

- 저녁의 아침 -


나도 물론 움직인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러나 나는 지구와 같아요. 늘 움직이긴 하지만 결코 궤도에서 벗어나진 않죠. 움직인다는 착각만 잔뜩 가진 채. 자유로운 방향도 없이.

- 저녁의 아침 -


그래 먼저 나에 대해 말해보자. 난...... 난 말이야. 별거 아냐. 우선 나는 이백여섯 개의 뼈와 사 킬로그램의 지방. 그리고 사오 킬로그램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내 키와 체중으로 계산하면 구십 리터의 물과 사 점 팔 리터의 피. 그리고 오백 그램의 소금과 이백 그램의 설탕이 내 몸 안에 들어 있지. 이게 나야.

사 킬로그램의 지방으로 만들 수 있는 고급 비누는 대략 오십 개. 내 몸에서 소금과 설탕 그리고 물을 빼내 비누와 함께 마트에 내다 팔면 대략 육만 구천 원. 그러니까 내 몸 값은 육만 구천 원 정도야. 사람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세상은 가격으로 이루어져 있지.

- 흔적 -


(...) 그건 함께 있는게 아니었어. 태양계 안에 여러 행성이 속해 있지만 서로 자기 궤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야. 마주 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끝없는 평행선과 같았어. 마치 기찻길처럼 말이야. 그것만큼 지독한 것도 없을 거야. 함께할 수 없으면서 끝없이 마주 봐야만 하니 말이야. 남는 것은 지독한 외로움 뿐이지. 그러면서 함께 만나는 이유가 뭘까. 그건 외로움을 없애려 함이지. 그럼에도 다시 외로운건 뭐지?

- 흔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