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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금지, 에바로드 - 장강명

by 충청도 자손박 2016. 1. 14.
열광금지, 에바로드
국내도서
저자 : 장강명
출판 : 연합뉴스(연합북스)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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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화자(종현)가 그려온 인생의 궤적에 깊이 공감했던.

얼마 전에 에반게리온(만화책)을 본 터라 몰입도가 좋았던. 아니, 보지 않았어도 좋았을.

영화를 접한 후에 원작을 찾아 읽어본 경우는 더러 있으나, 만화책를 보고 그에 관련된 소설을 읽어본 건 처음이라, 이 과정 자체에서 주는 색다른 재미를 알게 된.


에반게리온 오덕인 화자가 '에반게리온 세계 스탬프 투어'(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에 성공하고, 투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극장에서 상영까지 하게 된 과정과 '고작 만화 하나 때문에 비싼돈 들여가며 투어를 했어야 했나?' 의 물음을 탐구해 나가는.

'오덕'의 이면을 보게 됐다고나 할까?


소설의 모태가 된 <에바로드> 프로젝트

http://storyball.daum.net/episode/2908


여기 열광도 희망도 금지된 세대가 있다. 서른 살 안팍, 일찍부터 그들은 안다. 이 드넓은 도시에서 살아남기란 몹시 힘든 일이며 생존을 위한 경쟁은 결코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열광금지, 에바로드'는 세상에서는 오타쿠라고 부르지만, 더 좁고 작은 '우리'끼리의 아지트에서만 위로받는 그들의 삶을 지켜본다. 그리고 말한다. 이기지 않아도 된다고,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류 역사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더 좁고 작아져도 된다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그 뿐이라고, 그렇게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고. 담담하게 따라 읽다가 울컥 뜨거워지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축하한다. 열광금지 세대는 이제 자신들에 대한, 자신들을 위한 진짜 소설을 가지게 되었다.

- 정이현 심사평 -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허세는 기본적으로 '내가 남들보다 쿨하다'는 우월 의식에서 비롯된 욕망이었다. 그들에게 쿨하다는 것은 눈길을 끈다는 의미였다. '남들이 나에게 눈길을 주고 있고, 나 자신도 그 사실을 알지만,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나는 굳이 그 사실을 아는 척하지 않으며, 남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 바닥의 애송이들은 너나없이 애나 윈투어처럼 무표정하고 싸가지없는 태도로 말하고 행동하려 애쓴다. 그 대상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돈이나 권력을 향한 욕망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눈길이라는 것은 돈이나 권력에 비하면 훨씬 보관하기 어려운 재화라서, 눈길을 추구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매우 단기적이며 근시안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들이 종현에게는 경멸받아 마땅한 일로 비쳤다.

이와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에서의 허세는 남이 아닌 자신을 향한다. '나는 특별하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을 알고 있다' 그런 종류의 자의식 과잉이다. 이렇기에 애니 오덕들은 골방에 틀어박힐 수 있지만 패션 오덕들은 그러지 못한다.

- 난 혼자 살수 있어 -


군대가 고등학교보다는 더 나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는 시스템이 온몸으로 "너희들은 뻔한 놈들이야"라고 주장했지만, 군대에서는 "다들 사정이 있는건 알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는 뻔하게 있다 가라"라고 말하는 차이가 있었다고나 할까.

- 난 혼자 살수 있어 -


"너도 이 바닥 있어보면 알겠지만, 네가 너라는 걸 잊어버리고 일하는 게 나아. 시스템 개발자나 웹 디자이너는 노가판의 잡부 같은 존재거든. 반 년짜리 교육 과정 마치고 나오는 인재들이 워낙 많아야 말이지,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제일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야. 프리랜서로 계약서를 쓰다 보면 정말로 내가 '무'나 '기'가 될 때도 있거든. 갑, 을, 병, 정, 다음 무, 기. 무나 기한테 주관이나 고집 같은 게 있을 필요가 어디 있겠어."

(...)

"더 큰 회사로 옮기고 싶지는 않으세요? 누나는 실력도 좋고, 솔직히 우리 회사 좀 이상하잖아요. 사장님이 가져오는 일거리도 뭔가 정상은 아니고."

"너 우리 회사가 처음이랬지?"

"네."

"내가 계약직 일거리 찾아다니면서 면접 볼 때 제일 많이 물었던 질문이 뭔지 알아? '여기 한 달에 며칠이나 밤을 새나요?'랑 '월급은 안 밀리나요?'였어. 우리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 되게 좋은 회사야. 정시 퇴근하고 월급 제때 나오잖아. 이런 IT 회사 없어."

- 내가 내가 아닌 듯한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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