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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 김사과

by 충청도 자손박 2016. 1. 18.
영이 02
국내도서
저자 : 김사과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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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전자책


근래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었던.

과정이 생략된 즉각적, 극단적, 자극적인 분노표출.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하드코어.

표제작 '영이' 인상 깊었음.


김사과의 소설을 접하는 이라면, 아마도 조금은 당혹스러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까닭을 더듬어보자면 이렇다. 김사과의 소설에는 피비린내 나는 폭력이 흥건하다. 엄마는 아빠를 죽을 때까지 개 패듯 두들겨 패는가 하면(아빠는 그러다 진짜로 개가 된다!), 아들은 아버지의 머리를 텔레비전에 처박는다. 멀쩡해 보이던 인물들은 아무 이유 없이 무서운 살인자로 돌변해 사람을 칼로 난자하고, 맥주병으로 아이의 머리를 터뜨리며, 여자친구를, 도움을 청하는 할머니를, 엄마를,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말 그대로 잔인한 폭력과 '묻지마 살인'의 향연이다. 대체 이들, 왜 이러는 것인가? 작가는 어쩌자고 아무렇지도 않게 저 어이없는 폭력과 살인의 역겨운 스펙터클을 이다지도 꼼꼼히 전시하고 있는 것인가?


왜 저들은 하나같이 이유없이 미쳐날뛰며 어지러운 분열증적 광기로 소설을 찢어 놓는가. 그리고 저 미친 살인기계들이 어울리지 않게 시시때때로 토해놓는 관념적 언어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 김영찬 문학 평론가 -


영이

조현병, 화자는 누구인가?

- 영이의 마음이 두근댄다. '내' 마음도 두근댄다.

- 아, 드디어 엄마가 방에서 나온다. 여기서 '나'는 소주를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


과학자

고추장 과학자


이나의 좁고 긴 방

몇 만원 때문에 할머니를 죽인


준희

선생님을 죽이고 싶어하는


나와 b

본드 부는...


정오의 산책

날씨 좋은 정오 산책하다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회의 중 뛰쳐나와 국밥집 할머니, 어린아이, 아버지, 어머니 죽이고, 누나는 돼지가 된다.


매장

폭압적 세계화 or 획일화


나는 읽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 느끼는 당신을 원한다. 아주 오래 느끼는 당신을 원한다. 당신은 아주 오래 느껴야 한다. 한번 더 사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오랫동안 말이다. 그래야 영이가 당신 마음속에 오래도록, 영이가 죽고 내가 죽은 뒤에고,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 영이 - 


내가 이렇게 무시당하는 건 내가 무시당할 만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과학자 -


대학이란 학생들의 깨끗하게 빈 영혼에 허영과 야망과 비전을 잔뜩 채워넣으면 할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는 평범한 인생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그런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도록, 그러나 밤마다 추락의 악몽에 시달리며 평범한 인생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치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겁과 허영심으로 가득한 주도적 계층의 한 명이 되어 사회가 계속해서 평화롭게 흘러 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대학이 담당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이 아닌가.

- 이나의 좁고 긴 방 -


저 멀리 이나의 가격을 부르는 소리가 들여온다 삼천명의 상인들이 한 손에 바코더를 들고 저마다 가격을 외치고 있다 사람들이 바코더를 들고 몰려온다 차가운 씨멘트 바닥에 웅크린 이나가 땀을 흘리며 자신의 가격을 기다린다 그러니 어서 손가락을 쳐들고 당신이 바라는 가격을 말하라 그 가격이 만족스러우면 팔겠다 사라 그것을 팔겠다

이나의 가격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을 얼마인가.

- 이나의 좁고 긴 방 -


난 정말 보고서를 잘 써. 내가 얼마나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줄 알아? 근데 알아? 난 프레젠테이션이 싫어! 회의가 싫다고! 근데 알아? 사실 싫어할 필요도 없는 거였어. 왜냐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거야. 근데 난 그게 뭔가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지 뭐냐! 왠지 알아?

무서우니까!

-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 


난 지나치게 얄팍하다. 쏄로판지 같다. 하지만 나도 내가 쎌로판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난 쏄로판 재질이 아니다. 어쩌면 그게 문제다. 내가 날 쎌로판지라고 믿게 된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난 쏄로판지가 아니다. 아니 난 쎌로판지조차 아니다.뭔가다. 쏄로판지가 되기엔 너무 두껍고 또 인간이 되기엔 너무 얇은 뭔가다.
-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은 강남구 신사동 사백칠십삼다시칠번지에 있었다. 해체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서울은 용산구 이태원동 오심칠다시심이번지에 있었다. 하지만 지정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서울은 평양에 있었으며,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은평구 뉴타운에 있었고, 낭만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그것은 롯데월드에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서울은 뉴욕주 뉴욕시 파크 에버뉴와 렉싱턴 에버뉴 사이에 있는 이스트 씩스티쎄컨드 스트리트에 있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우리는 서울의 지도를 그려보았다. 완성된 지도는 미국의 아침식사 모양을 하고 있었다.

- 매장 -


결국 이곳에서 사람들은 단 한순간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못했다. 매순간 삶은 타인들에게 증명되기 위해 갱신된다.(...)사람들의 눈은 모두 미래에 고정되었고, 그래서 천천히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터질 듯 부풀어오른 꿈과 환상이 도시를 지탱한다.

- 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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