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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 - 토니 모리슨

by 충청도 자손박 2016. 1. 2.
술라
국내도서
저자 :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 송은주역
출판 : 문학동네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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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두 개의 목을 가진 한 쌍의 눈. 술라와 넬.


피상적으로는 양극단을,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중심을 공유한

술라는 넬이고, 넬은 술라이다.


예술 형식을 갖지 못한 예술가 술라.

술라와 같은 본질을 공유하나 인습과 통념에 투항한 넬.


함축적인 문장이 많아서 온전히 따라가지는 못했으나, 작품 전체에 흐르는 '냄새'는 희미하게 맡아본 것 같다.

지평선 너머까지 잔디밭으로 가득 찬 너른 평원을 산책할 때 나는 냄새였달까?

그럴 수 없어지 인지... 인종적 타자, 성적 타자인 흑인 여성(들)의 서사가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은...


"제 말은, 뭐 그리 수선 떨 일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러니까, 세상 모든 것들이 당신을 좋아하잖아요. 백인 남자들은 당신을 좋아하지요. 당신 물건을 걱정해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기들 물건은 잊어버리잖아요. 검둥이 거시기를 싹뚝 잘라버리고 싶어 죽을 지경이라고요. 그게 사랑과 존경이 아니라면 다 뭐겠어요. 백인 여자들은 또 어떻고요? 당신을 찾아 온 침대 밑을 더듬으며 세상 구석구석 다 쫓아다니잖아요. 백인 여자들은 여섯시가 지나면 흑인 남자들한테 잡혀갈까 무서워서 집밖을 나서지도 않는다던데요.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요? 그 여자들은 당신을 보자마자 겁탈을 떠올려요. 만약 기대한 대로 겁탈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하여간 찾아다닌 것이 헛되지 않도록 그 짓을 당했다고 비명을 질러댈 거예요. 흑인 여자들은 당신의 소맷부리를 붙잡고 늘어지느라 노심초사하다가 건강을 망치죠. 어린아이들까지도, 백인이든 흑인이든 남자애든 여자애든 당신이 자기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애를 태우느라 어린 시절을 다 보내고요. 그것으로도 충분치 않으면 당신네는 스스로를 사랑해요.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다른 흑인 남자보다 더 흑인 남자를 사랑해주지 않으니까요. 당신들은 고독한 백인 남자들에 대해 듣지요. 하지만 검둥이들은요? 서로 떨어져서는 단 하루도 못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온 세상이 다 당신네를 부러워하는 걸요."


너도 지켜보고 있었다니. 늙은 에바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중략) 에바는 '보았다'고 하지 않고 '지켜보았다'고 했다.(중략)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왜 기분이 나빠지지 않았을까? 그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기분이 좋았을까?" (중략) 이제 와 돌이켜보니 그녀가 성숙함, 침착함, 동정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신나는 자극에 뒤따르는 평정에 불과한 것 같았다. 치킨 리틀의 몸이 일으킨 격렬한 물보라 위로 물이 조용히 닫혔듯, 만족감이 그녀의 기쁨을 씻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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