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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의 여왕 - 이유

by 충청도 자손박 2016. 1. 3.
소각의 여왕
국내도서
저자 : 이유
출판 : 문학동네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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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주로 대화형으로 되어 있어 생각 없이 쭉쭉 읽어나감.

작은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긴 하나 연결고리의 끈끈함은 다소 부족했던...

간혹 충격파가 퍼지긴 하나, 작품의 농도가 짙지 않아서 묵직한 떨림은 주지 못하는. 따로 노는듯한...

뭔가. 2% 부족한...


이유씨의 <소각의 여왕>은 예리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고물상을 하는 '지창씨'와 그의 딸 '해미'의 일상을 통해, 오늘날의 고단한 현실을 순한 블랙코미니풍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고물상의 일상, 유품정리 현장과 망자들의 사연, 폐가전제품에서 희귀 금속을 채취하는 기계에 미친 아버지, 두 사람과 얽힌 여러 피곤한 군상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인 꿈과 그 꿈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의 허망하고 우스꽝스러운 속성 등이, 때로 코믹하고 때로 슬프게, 감정 노출을 최대한 자제한 냉정한 필치로 잘 그려져 있다. 시대 배경이 원경으로 물러나 있고, 인물 묘사와 대화가 사실적이라기보다 우화적이고, 또 사건 전개와 인물 형상화가 만화와 오버랩되는 바가 있어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들을 떠올리게 했다. 리히텐슈타인의 그림들이 그렇듯이, 나는 이 작품 또한 겉보기의 가벼움 뒤에 삶과 문학에 대한 깊은 고뇌와 상당한 단련을 숨기고 있다고 보았다. (난 잘 모르겠어...)취향에 따라서는, 잘 만든 피아노 소품곡들을 쭉 모아놓은 듯하여, 피아노협주곡 같은 큰 규모의 구조물이 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작자의 의도가 거기에 있지 않으며, 자신이 의도한 타킷을 상당한 수준으로 성취하지 않았느냐고 변명해주고 싶다.

- 이상운(소설가) 심사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