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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엔솔로지), 종이책
아주 좋았다.
선택_최은영
매듭_황시운
승혜와 미오_윤이형
커피 다비드_이은선
배웅_김이환
병맛 파스타_노희준
에트르_서유미
일하는 곳과 사는 곳, 하루에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물리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게 얼마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인생을 수시로 구겨놓는지 우리는 잘 알았다.
- 에트르 -
엄마, 근데 누나는 여잔데, 왜 여자 친구랑 사랑해서 같이 살아?
승혜의 몸이 한순간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호 엄마가 물었다.
저번에 그 누나 놀이터에 왔었어. 나한테 초코바 줬어. 승혜 누나 여자친구.
그렇구나. 이호 엄마는 피곤한 음성으로 말하고는, 잠시 말이 없다가 말을 이었다.
이호야, 엄마는 매일 회사에서 늦게 오지?
응.
그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엄마는 좋은 엄마야, 나쁜 엄마야?
나쁜...... 중얼거리던 아이가 혼란에 빠져 말을 멈추더니, 조금 후 다시 말했다. 음, 모르겠어. 엄마는 그냥 원래 그렇잖아.
그래. 원래 그렇지.
응.
엄마도 모르겠어. 엄마가 좋은 엄만지 나쁜 엄만지. 엄마는 그냥 엄마지. 회사에서 늦게 오지만 그래도 엄마지. 마찬가지야. 세상에는 여자 친구랑 사랑해서 같이 사는 누나도 있는 거야. 그냥 원래 그런 거야. 그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모르겠어.
그래. 엄마도 모르겠어.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는 거야. 아마 그건 우리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야. 알았지?
응.
이호 엄마가 말을 이었다.
너 누나 좋아하지?
응, 그래도 궁금해.
뭐가 궁금해?
이런 거 저런 거가.
그렇게 궁금하면, 네가 누나한테 나중에 다시 물어볼 수도 있지.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그렇지만, 네가 나중에 다시 물었는데도 누나가 대답을 할 준비가 안 돼 있거나, 대답을 전혀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면 억지로 물어보면 안 되는 거야. 알았어?
응.
모른다고 말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정말 잘 몰라서요.
- 승혜와 미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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