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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리는 생각하지 마 - 조지 레이코프

by 충청도 자손박 2018. 5. 8.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국내도서
저자 :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 유나영역
출판 : 와이즈베리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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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종이책

직접적 인과관계/유기적 인과관계, 엄격한 부모/자상한 부모, ‘사(私)는 공(公)에 의존한다’, 이중개념주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 짧은꼬리원숭이가 어떤 물체를 집으면 원숭이의 (움직임을 계획하지만 몸을 직접 움직이지는 않는) 복측 전운동 피질에서 특정한 뉴런 집단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원숭이에게 그 물체를 집지 말도록 훈련시켰을 때 이 뉴런의 대부분은 (꺼져서) 억제되지만, 물체를 집을 때 사용되는 바로 그 뉴런의 일부분은 여전히 켜진다. 즉 물체를 집지 않으려면 물체를 집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합니다.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언어가 아닙니다. 본질은 바로 그 안에 있는 생각입니다. 언어는 그러한 생각을 실어나르고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픈 대상에게 투표합니다. 물론 그들은 자기 이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상이하고 모순된 도덕 체계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이중개념주의(biconceptualism)’라고 한다.

진실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프레임에 부합해야 합니다. 만약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 나갑니다. (...) 신경과학에 의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개념들, 우리의 사고 구조를 이루는 장기적인 개념들은 우리 뇌의 시냅스에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개념들은 누가 사실을 알려준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실을 접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그 사실이 의미를 지니려면 우리 뇌의 시냅스에 이미 즐어있는 것과 맞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은 우리 머릿속으로 들어왔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갑니다. 그것은 우리 귀에 아예 들어오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습니다. 아니면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집니다. 그러고는 그것이 비합리적이거나 미쳤거나 어리석은 것이라고 딱지를 붙여버립니다. 진보주의자들이 단순히 ‘보수주의자들에게 진실을 들이댔을 때,’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사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프레임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이런 방법은 효과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습니다. (...) 우리는 언어만 결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는 개념이 결여된 것입니다. 개념은 프레임이라는 형태로 떠오릅니다. 프레임이 있으면, 언어는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올바른 프레임이 결여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 여러분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TV에 출연한 보수주의자가 ‘세금 구제’ 같이 두 단어로 된 말을 한 마디 합니다. 그러면 진보주의자는 자기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한 단락짜리 길이의 논설을 풉니다. 보수주의자는 세금을 내는 것이 고통이라는 이미 자리 잡은 프레임에 호소하는 데 ‘세금 구제’라는 짧은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상대편에게는 확립된 프레임이 없습니다. 물론 그래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존의 프레임도 이미 자리 잡은 개념도 전혀 없기 때문에 품이 훨씬 많이 듭니다.

보수주의자들이 정말로 얻고자 하는 것은 그 제안 안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그 제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딸려오는 것들입니다. 그들은 소송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들이 정말로 신경 쓰는 일은 환경 보호, 소비자 보호, 노동자 보호 등 전반적인 보호 조치를 박탈하는 것과 민주당의 자금줄을 끊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략적 계획의 본질입니다. 

언어가 없으면 생각은 표현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유기적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우리는 무엇이 우리에게 타격을 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1970년대 이후로, 세금이 꼭 필요하고 많은 경우 존중받아 마땅한 공적 자원의 원천이라는 개념은 [과세가 부담]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세금으로부터의 구제’라는 생각으로 전환했다. 과세가 고통이고 부담이라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퍼지면서, 이중개념 소유자들은 세금이 우리의 사적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거나 기업이 번성할 기반을 조성해주는 것이 아니라 부담이라고 여기는 쪽으로 시각을 전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