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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알랭드 보통

by 충청도 자손박 2018. 5. 8.
뉴스의 시대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최민우역
출판 : 문학동네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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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종이책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의 핵심에는 감동적이면서도 연약하고 단순한 열망이 있다. 바로 제대로 대접받고 싶다는 바람이다. 돈, 호화로운 삶, 섹스 혹은 권력에 대한 욕망 같은 것들은 부차적인 자극제 일 뿐,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바람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존중받기가 거의 불가능한 세상에서 우리의 존엄성을 온전히 인정받으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고 투표함 앞에서도 평등하다지만, 그렇다고 사무실에서나 사교 모임에서 혹은 정부나 민간의 관료주의라는 틈바구니에서 품위 있게 대우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불친절한 곳이자 광대한 하늘과 끝없는 지평선이 자아내는 이로운 영향으로부터 삶이 단절된 곳인 대도시에서, 존중이란 희소하고 야박하게 배급되는 일용품이며, 무관심은 이곳의 규범이다.

셀러브리티는 아마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는 강박적인 증오심만으로, 냉혹한 확신을 가지고 날 선 추론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셀러브리티에게 딴죽을 거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경솔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며, 질 낮은 기준에 익숙하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못되게 구는 대상이 실제로는 남의 말을 귀담아듣고 깊이 상처받기 쉬운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순전히 믿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렇게 쉽게 험담을 내뱉는 것이다. 마치 높은 고도에서 떨어뜨리는 폭탄처럼 희생자를 직접 볼 필요가 없을 때, 상처의 정도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이 실패하길 바라고 그들의 실수에 대해 험담하길 즐기는 건 결국 무척이나 슬픈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주목받지 못해 화가 나 있고, 그래서 우리 몫을 빼앗아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단죄함으로써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좌절된 야망이 우리를 실패자로, 다른 이의 실패를 바라는 사람으로 만든다. 험담을 늘어놓고 싶은 충동과 명성에 대한 욕망은 똑같은 아픔에서 비롯한다. 양쪽 다 관심의 결핍에 기인한 것이다.

자연은 우리의 분수를 깨닫게 해준다. 다른 사람 때문에 우리가 왜소해지는 느낌을 받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우리의 본질적인 무상함을 알게 되는건 전혀 모욕적인 일이 아니다. 자기가 받은 온갖 멸시를 인식하느라 기진맥진하고 자신의 장점을 타인의 장점과 가차없이 비교하려 드는 우리의 자아조차도, 그 어떤 인간 존재가 발휘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힘 앞에서는 결국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 모른다.

흔히 뉴스에서 조사한 구매 유형들은 필요에 따른 구입을 훨씬 넘어선다. 물건을 손에 넣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그저 물질적 만족일 뿐인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는 주된 동기도 아니다. 우리는 종종 모종의 심리적 변화를 얻고자 하는 더 깊고 무의식적인 욕망에 인도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저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변화하길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