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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전자책
교육의 목적이 '높은 곳'을 가기 위한 것이 되어버리니, 공부는 늘 줄을 세워서 사람들을 '걸러내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런 곳은 주로 사지선다형 객관식으로 지식을 테스트할 수밖에 없다. "생각과 논리를 요구해서는 일등부터 꼴찌까지 정확히 줄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 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중략)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 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중략)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중략)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문정희,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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