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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불편하고 불편하고 불편하고 불편하길 반복하다 책장을 덮고 나서야 이 작품이 왜 고전이라 불리는지 알았다.
몸뚱이와 정신머리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윤리의식을 정신없이 흔들어대는 내러티브와 언어유희로 온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게 하다가, 서사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 줌의 도덕률을 툭 던져주며 정신을 다 잡게 한다.
작디작지만, 이 도덕률 덕에 '안 불편한' 상태로 겨우 책장을 덮었다.
배변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급박한 순간, 가까스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안도감을 느낄 때의 기분이랄까?
안(못) 읽히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굉장히 충실한 번역서.
님펫Nymphet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을 의미하는 님프Nymph에 지소(指小)접미사 –et가 붙은 단어이다. 이 단어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에서 처음 만들어져 사용되었는데, '성적 매력을 가진 여자 아이'를 가리킨다. 나보코프는 작품 중에서 님펫의 연령대를 '9세에서 14세'로 제한하였는데, 단지 뛰어난 외모를 가져야만 님펫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야릇한 기품, 종잡을 수 없고 변화무쌍하며 영혼을 파괴할 만큼 사악한 매력'을 갖춰야하지만, 님펫의 특징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예술가인 동시에 광인'인 자만이 그들을 알아볼 수 있어, 그들이 아니면 님펫 본인도 스스로의 힘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나보코프는 말한다. 님펫에게 남성이 빠져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령차가 필수적인데, 10년 이상, 많게는 90년까지의 연령차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야만 두 사람이 뚜렷이 대조되어 남성의 정신이 놀라움과 도착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롤리타 중 주인공 험버트 험버트와 롤리타의 연령차는 25년인 것으로 나온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롤리타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홀감 등)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1899 ~ 1977, 러시아,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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