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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희비극이 무질서하게 교차하는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눈물지었던 건...
이 퍽퍽한 시대엔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순수함 그 '자체'와 이를 둘러싼 아련한 향수 내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때 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매일 분을 바르는 건 어쩌면 맨 얼굴을 드러내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분이라도 바르지 않으면 도저히 사람들과 마주칠 용기가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예요. 그러니까 분을 바르고 사는 사람들이 실은 더 약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그래도 최소한 넌 뭔가 말을 하고 있잖아. 그리고 누군가 그걸 들어줄 사람도 있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럴 기회도 없어. 다들 그냥 사는 거야. 말도 못하고. 되새길 것도 없고 지킬 것도 없고 부끄러워할 것고 없이. 그러니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제대로 하란 얘기야. 뻔뻔스럽고 영악하게.
소설이 구체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일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아마도 가장 느리고 완곡한 형태일 것입니다. 또한 소설을 읽는 동안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잠시 키득거리거나 주인공에 대한 연민으로 눈물짓거나 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 잊거나. 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하더라도, 그리고 구원의 길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언제나 나의 소설이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것은 생활의 방편이란 목적 이외에 내가 소설을 쓰는 거의 유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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