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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선

by 충청도 자손박 2016. 8. 19.
어니스트 헤밍웨이 - 킬리만자로의 눈 외 31편
국내도서
저자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 하창수역
출판 : 현대문학 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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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미국), 종이책

 

아프리카, 사냥, 낚시, 닉 애덤스를 매개로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투영시킨 작품들

 

'감정 표현이 절제되고, 사실 표현에 충실한 문체'에서 느껴지는 묘한 역동성

 

킬리만자로의 눈, 노인과 바다 인상 깊었음.

특히 3년여 전 접했다 다시 읽어 노인과 바다는 그 사이 읽어 본 여러 작품들 중 손가락에 꼽을만 했음.

 

그 외 단편들도 아주 좋았음.

 

"누구한테 진 게 아니야."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다만 내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 노인과 바다 -

 

 

< 어니스트 헤밍웨이, 1899 ~ 1961 >

 

저에게는 연설하는 재능도, 웅변술이나 수사 능력도 없지만, 노벨상 위원들의 호의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상을 받지 못한 위대한 작가들의 면면을 알고 있는 작가라면, 누구든 이 상을 수상하며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누구인지를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요. 여기 모이신 모든 분들은 자신의 지식과 양심에 근거하여 이미 자신만의 명단을 작성해 놓고 있을 것입니다.

작가라면, 자신의 가슴에 담긴 것들을 모두 토로해 놓은 연설문을 자기 조국의 대사에게 대신 낭독해 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 인간이 쓴 글에 담겨져 있는 것들은 당장은 이해되기는 힘들고, 때때로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 작가는 운이 좋은 편이겠지요. 하지만 작가의 글에 담긴 내용들은 궁극적으로는 아주 명료한 것이기에, 그것과 작가 고유의 연금술의 급에 따라, 작가는 기억되거나 잊히게 될 것입니다.

작가로서의 삶은, 최상의 상태에서조차 고독한 삶입니다. 작가들을 위한 조직은 일시적으로는 작가의 고독을 덜어 주겠지만, 그것이 작가의 창작 행위까지 진작시켜 줄지는 의문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고독을 저버림으로써 공적인 위상을 높이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종종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의 작업은 오로지 혼자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그가 만약 훌륭한 작가라면, 그는 영원한 고독 혹은 영원한 고독이 주는 결핍과 매일매일 마주해야 합니다.

진정한 작가에게, 매 작품은 성취감을 넘어 무언가를 다시 시도하는 새로운 시작이어야 합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혹은 다른 이들이 시도했으나 실패한 무언가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때때로 큰 행운이 따르는 성공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훌륭하게 쓰인 다른 작품의 방식을 따르는 것만으로 문학작품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간단할까요. 하지만 우리는 지난 시대의 위대한 작가들이 그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곳까지 자신을 끌고 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작가인데 너무 길게 말했군요. 작가는 자신이 꼭 해야 할 말을 입으로 하지 않고 글로 쓰는 존재여야 하지요.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