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고뇌로 탄생한 문장들. 그것에 감응이. 이렇게나 깊었을 줄이야.
너도 평안하시기를.
나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 어릴때 길을 잃어 길을 찾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한 뒤 길을 발견하고 길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 뒤로 기도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길을 찾는 방법이 매번 그렇게 된다면 그건 매우 좆되는 길이라는 걸 왠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부모는 네가 이 개똥밭 출신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내게 경고한 적이 있다. 나는 출신이라는 걸 생각한 적이 없고 어디는 개똥밭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그들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자기 삶을 그런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니, 놀랍고 상심했지만 이제 그런 말은 예전만큼 나를 흔들지 못한다. 괜찮지는 않고 여전히 흔들리지만 진폭이랄지 파형이랄지 그런 것을 어느 정도는 내가 조절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 이들의 나쁜 말과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를 향해 당신을 손상시키면서까지 자기가 살고자 하는 이를 거절하고, 멀어지라고, 어떤 형태로든 그를 돌볼 수는 있겠지만 그의 비참을 자기 삶으로 떠안지 말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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