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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 최은영

by 충청도 자손박 2021. 10. 27.


"그래 언제든 돌아와도 돼."

고조모, 삼천(증조모), 영옥(할머니), 미선(엄마), 지연(딸), 정연(언니), 새비, 희자, 명숙할머니
얽힘과 두려움으로 이어진. 이어질. 딸들의 세계사. 

태생지를 빌려 삼천이로, 새비로 서로를 부르면 함께 한세상을 살아냈던 두 여성의 만남은 우정, 자매애, 사랑이라는 언어를 넘어선 근원성, 어쩌면 목숨과 목숨의 얽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가없이 그립고 정다운 마음들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며 속삭인다. 난 너를 떠난 적이 없어. 아프고 서럽게 살아낸 목숨의 이야기들은 노래가 되어 풀려나오고 읽는 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그 실타래의 한끝을 잡고 자신이 갇혀 있던 상처와 혼돈과 환멸과 슬픔에서, 그 어둡고 혼란스러운 미궁에서 비로소 빠져나온다. 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것은 더 큰 슬픔의 힘이리니. 작가가 창조해낸 특별한 공간 '희령'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 오정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