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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서늘하다...
변변한 장치 하나 등장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얘기가 이렇게 그로테스크 할 수 있다니.
허술한 지반 위에 설계, 구현되는 헛된 희망들.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가상과 현실의 공동체들.
뭣 하나 이상하지 않은게 이상한 지금 여기. 대.한.민.국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스위트홈 그곳은 공기 좋고 물 좋고 쉽사리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외딴 마을. 내 아이 네 아이 구분 없이 보듬고 사랑하고 책임지고 치다꺼리하는 극한의 육아 공동체 아담하고 깔끔한 신축 공동주택의 얄팍한 벽 사이로 내장 드러나듯 까발려지는 사생활 소설을 읽는 내내 가족 이웃, 자연, 공동체 같은 따스하고 풍요로운 단어들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것이 진짜 현실임을 나는 알고 있다.
아내는 가사에 육아에 경제 활동에 며느리 노릇까지 떠맡아
휘청이는데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 지분대는.
여기는 정말 스위트홈입니까?
지금 남 일인 듯 웃는 당신의 홈은 정말 스위트합니까?
- 조남주(소설가)
몇 번을 선잠에 들었다가 깨는 바람에 살짝 잠투정 비슷이 칭얼거리는 시율이를 어깨에 떠메고 요진은 한 손으로 간신히 트렁크를 끌고 나왔다 . 콜을 받고 도착한 택시가 어둠속에서 소음과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시율이를 달래서 차에 먼저 실어 넣은 요진의 등 뒤로 은오가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꼭 이렇게 해야겠어? 이러는거 너 정말 이해 안가는거 알아?”
그 다음 나올 말은 이 상황을 두고 누가 옳은지 길 가는 사람들 다 붙들고 물어보라는 얘기겠지. 그렇게 일도양단이 되는 세계에서 요진은 지금껏 살아 본 적이 없었다. 혹은 지극히 단순 명료한 사안이어서 어쩌다 일도양단이 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양쪽이 마땅히 취득하거나 박탈당하는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요진은 대답하지 않고 트렁크를 넣은 뒤 차 시트에 몸을 실었다 은오는 한숨 끝에 볼멘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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