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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글말은 신중하게.

by 충청도 자손박 2025. 2. 8.

매러비안의 법칙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이른다.

※ 실험 방법론에 대한 비판, 오용과 과장 등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단순 도구로서 활용했다.

의사소통은 크게 '입말'과 '글말'로 나뉜다.

'입말'은 말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고, '글말'은 문자로 기록하여 전달하는 방식이다.

매러비안의 법칙을 고려하면 '입말'은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비언어적인 요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가 말의 빈틈을 보완해 주기 때문에, 문장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반면, '글말'은 기록된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비언어적인 요소에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독자가 오직 텍스트만으로 의미를 파악해야 하므로, 전달하는 사람은 더욱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글말'은 의사소통의 장에 내놓기 전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업무 중 문서를 쓰거나 이메일 등을 보낼 때 '자기검열'을 습관화하자는 이야기다.

'글말'의 전달력을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타이포그래피가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어울리는 서체를 선택하고, 신중하게 레이아웃을 구성하면 글의 구조가 더욱 정교해지고, 그만큼 전달력도 높아진다.

이를 극단적(동시대 예술)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가 바로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의 '진동새와 손편지'이다.
1. 김초엽 작가의 미공개 단편소설(의사소통과 관련된 작품)을 문장 단위로 나누어 200여 타이포그래피 작가(팀)에게 무작위로 배포한다.
2. 각 작가는 맥락을 알 수 없는 문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10초 이내 키네틱 타이포그래피나 포스터로 표현한다.
3.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은 책과 영상의 형태로 하나의 작품으로 묶이게 된다.

김초엽 작가는 후천적 청각장애인으로 그의 프로필은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여 '글말'과 시각적 표현을 결합하는 이 프로젝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여유있게 감상해보자.
(배경 소리/음악이 없다. 막스 리히터 'On the Nature of Daylight'을 BGM으로 추천한다. 참고로 언어와 관련 깊은 영화 컨택트-Arrival의 메인 모티프로 쓰였다)

첨언
UX/UI 직무로 타이포그래피에 관심 있다면 유지원 교수의 '글자 풍경'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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