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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개들 - 이상운

by 충청도 자손박 2019. 3. 9.
신촌의 개들
국내도서
저자 : 이상운
출판 : 문학동네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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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우리는 오로지 우리 자신의 행복을 취하기 위하여 형편없이 지친 개 주인의 간과 뇌는 조금도 배려해주지 않았으며, 배려는커녕 더더욱 혹사시키기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간과 뇌는 나날이 파괴되어 마치 똥이 굳어가듯이 딱딱해져가든 말든, 함께 술을 마실 상대가 필요했던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개 주인은 어떤 종류의 남자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마음 넓은 창녀 같았다. 그는 극우적인 인간도 극좌적인 인간도 공짜로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인간도 간신배도 전혀 외면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 때문에 때로 그에게서 받은 친절과 관용의 누적된 크키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로부터 어느 날 느닷없이 위선자로 공격박고 욕을 먹는 봉변을 당해야 했다.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자신의 무능으로 인하여 그 죄과를 치를 기회를 갖지 못하개 되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되는 참으로 비겁한 존재가 인간이다.


이 세상에 단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은유와 알레고리를 만들어내려고 분투하는 진지한 문학이 속세의 조롱거리가 된 지도 한참인 이 천치 같은 세상에서도, 저 맹목적인 실용주의에 반기를 들기 위하여 글을 쓴다는 것, 무모하게도 예술에 삶을 바친다는 것이 때로는 효과적인 면죄부가 되기도 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때로 부모와 형제와 일가친척과 친구와 스승 등 모든 존재에 대한 의무적인 사교의 복무를 면제해주기 때문에, 당연히 교활한 예술가들은 그 위선적인 바보들을 속이고 그들의 그 한심한 허영심을 철저히 이용해먹는데, 물론 그 바보들의 우스꽝스러운 허영심에 대응하여, 동물의 한 종인 인간으로 태어나서 예술에 자신을 바치는 사람의 삶 앞에 다른 삶들이 주장할 권리란 없다는 믿음이, 모든 교활한 예술가들이 내심으로 간직하고 있는 깃발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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