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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종이책
미술에 세심한 관심을 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딘가에 걸린 불특정 다수의 작품에 '공감', '이입'함으로써 자연스레 수반되는 심리적 '치유' 기능. 즉, 안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데... 글을 읽으며 진단해보니 지금은 '치유'보단 예술의 '현학성'에 더 매료되어 있더라.
남들보다 고상한 무언가를 조금 더 알고 있다는 자투리 자부를, 숭숭 뚫려있는 자존감 덩어리에 덕지덕지 발라 메우려는 방어기제라고 해야 할까, 속물근성이라고 해야 할까...
끈덕진 고민이 필요하다.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예술이 덜 필요하고 덜 예외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다. 그 세계에서는 오늘날 사람들이 미술관의 격리된 전시실에서 발견하고, 찬양하고,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가치들이 온 세상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을 것이다. 예술을 사랑한다면서도 사회가 언젠가는 예술 때문에 야단법석 떨지 않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예술에 대한 진정한 열망은 그 필요성을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이 다루는 가치 즉 아름다움 의미의 깊이, 좋은 관계, 자연의 감상 덧없는 인생에 대한 인식 공감 자비 등에 냉담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이 나타내는 이상들을 흡수한 뒤, 아무리 우아하고 의도적이어도 단지 상징적으로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예술을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 가상의 작품 의뢰 전략 ]
- 사랑의 미덕
- 사랑의 갈등
- 섹슈얼리티
- 슬픔, 불안
- 발안정, 질투
- 희망
- 인간의 수명
- 죽음의 경고
- 노동의 즐거움
- 노동의 슬픔
- 타인
- 자부심
<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David Hockney, 19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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