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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죽음이 뭘까? 나라는 존재는 공(空)을 떠다니는 먼지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먼지들을 연결하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는 생각이라는 인식을 한 뒤로 내게 죽음은 이 먼지 입자들이 배열을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상태가 변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죽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구성하는 미미한양의 물질이 배열을 바꾸는 것일 뿐이다. 어쨌든 지금 나는 긴 삶을 끝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피타고라스보다 훨씬 철학적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중이다. 공(空)에 세워진 입자의 구조물이 허물어지는 것을 비극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가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기 바깥의 우주와 자신이 다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 몸의 결합을 나만큼 강렬히 느끼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정신의 도구만 발전시켰지 기억의 도구는 발전시키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고양이들은 글을 읽을 줄도 쓸줄도 모르지. 정보를 남길 확실한 수단이 없는 거야 우리는 장기 기억이 없어. 최초의 개척자들은 아마 우리 역사를 자식들에게 들려줬을 거야 그 자식들은 또 부모의 얘기를 자기 자식들에게 들려줬겠지. 하지만 전해져 내려오면서 얘기가 조금씩 변형되고 사실성마저 의심받다가 결국 하나의 흔한 이야기로 전설로 남게 됐을 거야 그러다 나중에는 모두에게 잊혔겠지. 불변하는 매개체에 기록되지 않은 모든 것의 운명이 그렇듯 말이야
이 무(無)에 육체의 형태를 부여하고 개체로서의 지각을 갖게 하는 건 바로 생각이야. 하나의 생각에 불과한 이 개체에 어떤 것이 생긴다고 우리는 믿지. 하지만 우리가 육신의 껍데기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지각만해도 우리는 무한한 존재가 될수있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갖는 생각이 곧 우리 라는 거야
추신 6, 마지막으로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만약 여러분보다 덩치가 다섯 배는 크고 소통도 불가능한 존재가 여러분을 마음대로 다룬다면, 문손잡이가 닿지 않는 방에 여러분을 가두고 재료를 알 수도 없는 음식을 기분 내키는 대로 준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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