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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
"자. 여러분, 다 함께 읽어보세요. '우리는 민주주의.'"
우리는 그것을 읽었다. 그러자 게이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미국과 독일은 다른 거예요.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독일은 독재 국가지요. 독재 국가 말이에요. 여기 우리 나라에서는 어느 누구도 박해하는 것은 믿지 않지요. 박해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나오는 겁니다. 펴-언-겨-언 말이에요."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발음하셨다. (...)
"게이츠 선생님은 좋은 분이시지. 안 그래?"
"물론이지. 그 선생님 반에 있을 때 좋아했어."
"히틀러를 엄청 싫어하시는데......"
"그게 뭐가 잘못이야?"
"그게 말이야. 오늘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그렇게 취급하는 게 얼마나 나쁜 일인지 말씀하셨거든. 오빠, 누구라도 박해받는 건 옳지 않는 일이지. 안 그래? 내 말은, 심지어는 어느 누구에 대해서 나쁜 생각을 갖는 것도 말이야. 안 그래?"
"스카웃, 물론 옳지 않고말고, 한데 왜 그렇게 안달하는 거야?"
"그게 말이야. 그 날 밤 게이츠 선생님이 법정에서 나오고 계셨거든-우리 앞에서 계단을 내려가셨기 때문에 오빠는 선생님을 볼 수 없었지-선생님이 스테파니 아줌마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 누군가가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점점 분수도 모르고 주제넘게 군다고, 이러다가는 우리하고 결혼할 생각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거든. 오빠, 히틀러를 그토록 끔찍하게 미워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바로 자기 나라 사람에 대해서는 비열하게 대할 수 있냔 말이야-"
"한 시민이 범죄가 자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막은 것이 법에 저촉된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가 한 행동이 바로 그렇지요. 하지만 변호사님은 읍내 사람들에게 하나도 숨김없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게 제 의무라고 말씀하시겠지요.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십니까? 제 아내를 포함하여 메이콤에 사는 모든 여자들이 에인절 케이크를 가져와 그 집 문을 두드릴 겁니다. 핀치 변호사님. 제 사고 방식으로는, 변호사님과 이 읍내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저 부끄럼 많은 사람을 백일하에 끌어낸다는 건 - 저에게는 그건 죄악이지요. 그건 죄악이라고요. 그리고 전 절대로 그런 죄악을 저지를 순 없습니다. 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사정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님. 저 사람은 아니지요." (...)
"스카웃, 이웰 씨는 자기 칼에 넘어졌어. 이해할 수 있겠니?"
"네. 아빠. 전 이해할 수 있어요. 테이트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
"이해하고 있다니 무슨뜻이지?"
"글쎄, 말하자면 앵무새를 쏘아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죠. 아니에요?"
< 미국, 1926 ~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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