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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종이책(1906)
교장 선생으로부터 아버지, 그리고 교사들과 복습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어린 소년들을 키우는 의무에 충신한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바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한스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오기와 타성에 젖은 성향을 억지로라도 다시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그 동정심 많은 복습 교사를 제외하고는, 어는 누구도 야윈 소년의 얼굴에 비치는 당혹스러운 미소 뒤로 꺼져가는 한 영혼이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불안과 절망에 싸인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왜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인 하찮은 명예심을 부추겨 그에게 저속하고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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