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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모놀로그(보지의 독백) - 이브 엔슬러

by 충청도 자손박 2017. 5. 29.

버자이너 모놀로그
국내도서
저자 : 이브 엔슬러(Eve Ensler) / 유숙열역
출판 : 북하우스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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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희곡), 종이책

버자이너, 보지, 급진적 여성주의, V-Day

연극 꼭 보고 싶다.

베오그라와 세르비아에서는 최초로 공공기관에서(수용인원 600명으로, 전석이 매진되었다.) 보지, 질, 레즈비언, 근친상간, 음핵절제, 가정폭력, 성폭력 같은 단어들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남자들이 울었던 것이다.(...) 그들 대부부분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 그들은 무언가를 이해한 것이다. 분노도 없었고 방어도 없었다.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브이데이 행사에서

말하라 - 위안부 여성들을 위하여
우리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유린당한 우리의 몸속에서만
전쟁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만
그리고 텅 빔
문서 자취도 없다
어떤 공식적인 기록도 없다
오로지 양심뿐
오직 그것뿐

우리가 약속받았던 것들:
내가 그들과 함께 가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
직업을 얻을 수 있다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다
내가 가지 않으면 나를 죽일 거다
거기가 더 좋을 거다

우리가 발견한 것들:
신도 없었고
나무도 없었고
물도 없었고
황사
사막
눈물 가득한 창고
수천 명의 걱정 많은 소녀들
내 땋은 머리는 잘려나갔고
팬티를 입을 시간도 없었다

우리가 강제로 해야 했던 것들:
이름을 바꿔야 했고
단추가 쉽게 열리는
자루 같은 원피스를 입어야 했고
하루에 오십 명의 일본군인들이
때로는 배로 군인들이 실려왔다
이상스럽게 야만스러운 일들
피 흘릴 때도 하라
피 흘리기 전 어릴 때 하라
그들은 너무도 많았다
어떤 이들은 옷도 벗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자지를 꺼낼 뿐이었다
너무 많은 남자들을 받아 나는 걸을 수조차 없었다
다리를 뻗지도 못했다
몸을 굽히지도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반복해서 한 것들:
욕하고
때리고
뒤틀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속을 뒤집어놓고
소독하고
약을 주사하고
때리고
구멍을 내고

우리가 본 것들:
욕실에서 화약약품을 마신 소녀
폭탄에 맞아 죽은 소녀
총으로 수도 없이 맞은 소녀
벽에 머리를 박은 소녀
익사하도록 강물에 던져진
영양실조 걸린 소녀의 몸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
몸을 씻는 것
돌아다니는 것
의사에게 진찰받는 것
콘돔을 쓰는 것
도망가는 것
아기를 지키는 것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우리가 얻은 것들:
말라리아
매독
임질
사산
결핵
심장병
정신발작
우울증

우리가 먹은 것들:

된장국
무절임

된장국
무절임
밥 밥 밥

우리가 된 것들:
파괴되고
도구가 되고
불임이 되고
구멍이 되고
피범벅이 되고
고깃덩어리가 되고
추방되고
침묵당하고
홀로 되고

우리에게 남은 것들:
아무것도
결코 회복되지 못할 충격을 받고
죽은 아버지
무임금
상처들
남자에 대한 증오
자식도 없고
집도 없고
한때 자궁이 있던 곳은 텅 비었고
술주정뱅이가 되고
담배를 피우고
죄의식과
수치심만

우리에게 붙여진 이름들:
위안부
타락한 여자들

우리가 느낀 것들:
내 가슴은 지금도 떨리고 있고

빼앗긴 것:

내 삶

우리는 지금:
74세
79세
84세
93세
눈 멀고
느리지만
준비돼 있다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며

우리가 원하는 것:
지금 당장
우리가 가기 전에
우리의 이야기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의 머리가 떠나기 전에
일본정부여
말하라
제발
위안부 여성들에게 미안하다고
나에게 말하라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
나에게
나에게
나에게
말하라.
미안하다고 말하라
미안하다고 말하라
나에게 말하라
나에게 말하라
말하라
미안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