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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종이책
일거리를 다 해치운 성취인의 나태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방바닥에 깔려 있는 솜이불이다.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혼곤하며 적당히 자유롭고 적당히 방만하다. 그러나 나로서는, 성취 이전의 나태를 용납할 수가 없다. 그것은 솜이불이 아니라 가시방석이기 때문이다.
지갑이
텅 비어 있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뇌가 텅 비어 있는 것이며
뇌가 텅 비어 있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영혼이 텅 비어 있는 것이다.
담 너머로 지나가는 뿔만 보아도 사슴인지 염소인지 아는 사람도 있지만 바닷물을 다 퍼마셔야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는 것이 다는 아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자주 쓰지만 아는 것에 가려져 전체가 안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깨달음에 비하면, 안다는 단계는 참으로 부끄러운 단계다. 먼 산머리에 떠 있는 조각구름 한 덩어리, 무슨 거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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